전날부터 내리던 봄비는 이튿날 오전까지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뒤로 한 체.

새벽을 달린다.

 

갈 길 바쁜 산꾼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주룩주룩 차창밖에선 연신 소낙비가 흘러 내리고...

 

산행에서 비 내리는 거와 무슨 상관이 있겠냐만...

이것도 나이 탓인지...

 

아님 예전과는 사뭇 다른 텅텅 빈 산 속의 형편이 마음에 걸리는건지...

예전에는 무엇이든 흔하고 흔하던 옛 시절이었지만...

 

지금의 산 속은 사람들의 흔적들과 발자욱만 가득한 아주 황폐한 산이 되버린곳이

너무 많다는 얘기다.

 

목적지가 가까워 지고. 빗줄기는 점점 가늘어 져 이슬비가 되어 내린다.

 

이슬을 잔뜩 먹은 좁은 산길을 따라 걸으니 작은 소류지가 보인다.

여기 역시 영락없이 낚시꾼들과 산꾼들이 다녀간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어 마음이 안좋다.

 

자기들의 쓰레기만 되가져가도 주위 환경이 얼마나 깨끗할까? 

 

흔히 있는 일이지만 조금은 실망하며 아직도 빗물에 젖은 새싹들과 나뭇가지에 이슬을 품은 빗물방울이 방울방울 은구슬이 되어 영롱하게 빛을 내는 나무 사이사이를 누빈다.

 

산세가 좋다 보니 산속은 역시 사람의 흔적으로 온통 길이 나 있을정도로 훑고 지나간 자리들이 마음에 아린다.

 

예전 같으면  산을 타게 되면 온종일 그 산속을 뒤지고 다니지만...

지금은 그 마저도 쉽지않다.

 

산꾼들이 다녀 간 곳엔 아무것도 남은게 없고.

쓰레기들만이 눈에 띄게 된다.

 

그렇게 신명 났던 옛 산행이 많이 생각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땐 움직이면 걷는 걸음 만큼 짐 가방도 무거워져..

대신 마음은 날아갈듯 가벼웠으니까.

 

어느듯 비는 그치고. 구름사이로 비친 햇님이 눈이 아리도록 맑고 쾌청하다. 

하지만 마음은 점점 시름이 깊어진다.

 

지친 걸음에 몸은 무겁고 짐은 가벼우니...

산이 깊어 통화도 되지 않는 곳에서 겨우겨우 동생들을 불러서 하산을 결정하고....

 

다음 산행지로 내달려서 정오쯤에 도착.

아침밥을 못먹고 다니기에 잠시 허기진 배를 빵 한조각으로 때우고서 다시 산을 오른다.

 

여기 역시 산세는 좋은데... 산인들의 흔적이 많이 보인다.

능선을 누비며 헤메어 보지만 예전 같지 않는 산행물에 기운은 빠지고.

 

훠~이 훠~이 산 모퉁이를 몆개나 넘어보지만 역시 쉽지 않다. 

하산 시간이 다가오고 가벼운 등짐에 마음은 지친다.

 

하기사 지금의 산행이 1년중에 가장 어려운때이기도 하다.

아직 새싹은 올라오지 않고. 묵은 싹대들을 찾아서 채취를 하는데... 

겨울을 나면서 바람에 날리고 떨어져  뿌리 찾기가 지금이 가장 힘들때다.

 

아직 싹대를 올리지 않은 요즘약초가 약성이 좋은 때이기에 겨울철도 마다 않는다.

봄이 왔고. 조금 있으면 곧 심 산행이 시작 될것이다.

 

올 여름도 더위와 날파리떼들과 온갓 벌레들과 뱀들과의 전쟁을 치르겠지.

그래도 기다려지는 설렘이 있다.

 

올 한해에도 무엇들을 볼수 있을까???

 

점점 어려워 지는 산행도 내게는 평생을 바쳐 해 오던 일이니까 기다려 지는구나.

무사히 안전하게 한해를 보내고 싶다.

 

가끔 생각지도 못한 큰~ 일을 겪기도 하니까...

그저 작은 소망을 가져 본다.

 

                                                                                      14.3.30   취산

 

 

 

 

덧:

이런 일들이 결코 바람직하거나 자랑거리는 아닌줄 나도 잘 안다.

왜냐면 한편으론 타인들 시각으로는 자연을 거슬린다는 생각들도 하기때문이다. 

하지만...

 평생을 해온 이일은 누가 뭐라해도 내게는 정말 소중한 내 삶이고 생명줄 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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