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전 일이다
그날도 변함없이 동행인과 둘이서 산행을 하게 됐는데...
첫 시작은 함께 산을 타지만 산 속으로 들어가면 서로 서로 자연스레 따로 움직이게 된다.
대강 시간 약속을 하고서.
계곡을 지나 산 능선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오르게 된다.
시간이 지나고 능선 아래쪽을 가르며 약초를 찾는다.
한동안 헤매이다 보니 계곡을 만난다.
다시 방향을 틀어 움직이는데.. 바로 아래 계곡에서 타다닥 탁탁!!... 소리가 들린다.
이 깊은 산 속에 사람이 있을리는 없고. 아마도 멧돼지인가보다.
자기 영역을 침범했다고 시위를 하는것이다.
하기사 이 산속에서 사람과 조우한다면 그얼마나 무섭고 몸서리 쳐 질까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치며 무섭다.
비탈진 계곡 아래에는 나와의 거리가 약 10~15미터 정도가 되는듯 한데...
이놈이 도망도 가지 않고 겁없이 위협을 가하는 것이다.
허허허~~ 나 역시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긴 하지만 어쩌랴~~~
그대로 겁먹고 물러설순 없기에 들고 있던 괭이자루로 돌을 탁탁~~! 내리치며 응수를 한다
만만찮은 이놈은 다시 탁탁~~소리로 경고를 한다
알았다! 니 영역을 침범했으니 그럴만도 하다.
내가 비켜 주마.
다시 능선쪽으로 걸음을 옮겨 올라가니 ~~온통 야생 도토리가 떨어져 지천으로 깔려있다
아!! 그렇구나 !!!
이렇게 먹을것들이 가득하니 멧돼지들이 그리도 많구나.
지들도 살아있는 생명들인데 먹어야 살아가지.
여기 이 산 들은 원래부터 그들의 터전인걸....
인간들이 그들의 영역을 침범하고 내몰았지.
그 곳들은 그들의 땅이었거늘...
함께 간 동행자는 어디쯤 있을까??
산을 타기전에 산 지형을 보며 대강 위치를 미리 잡고 타기 때문에 어디쯤 있을거라는 짐작은 하고 움직인다.
조용 해진 주위가 무겁게 느껴진다.
산 속에선 절대 소리를 지르지는 않지만... 이 날은 예외로 두어번 크게 소릴 질러본다.
그것은 주위에 있을지 모르는 멧돼지들의 침묵에 나의 위치를 알리는 것이다.
그래야만 다시 멧돼지들과 마주침을 미리 예방 하자는 이유이다.
시원한 한줄기 바람이 스친다.
어깨의 짐을 내려놓으며 잠시 숨을 가누며 물 한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다시 방향을 잡는다.
이 산에는 특히 도토리 열매가 온 산에 지천으로 떨어져 깔려 있으며 야생 산 다래열매도 주렁주렁 잘 익어서 입맛을 돋운다.
산행 할때 목이 마르면 더덕잎이나 이런 열매들을 따 먹으면 갈증이 해소 된다.
다래 줄기를 잡아 내려서 토실토실 몰랑몰랑 맛있게 익은 다래 열매를 따서 먹고는
그줄기를 힘껏 잡아 당겨서 아래로 먹기 좋게 내려 놓는다
멧돼지들이 쉽게 따 먹을수 있게....
먹을것이 흔하고. 지형적으로도 멧돼지들이 많을듯 싶다.
오후가 돼서 서서히 하산을 준비하며 주위를 살펴본다.
건너편 능선으로 건너서 둘러보니 오래묵은 야생 산도라지가 여기저기서 보인다,
잎은 벌써 야생동물들이 뜯어먹고 아랫쪽 줄기만이 남아 있는 상태라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게 된다.
하지만 산이 너무 매말라서 괭이질을 할때마다 팅~팅~ 하며 괭이가 튕긴다.
물기 하나 없는 땅은 다져저서 도라지나 지치 뿌리를 캐 내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다.
그런 환경에서도 꿋꿋이 자라 있는 도라지와 야생 지치가 눈에 들어온다.
캐기가 힘이 들고 잔뿌리까지 캐 내기는 더욱 어렵지만 그래도 씨알은 좋다.
땀을 뻘뻘 흘리며 물 한모금으로 입가심을 한 뒤.
터덜터덜 내려 오는데...
작은 골짜기를 만나고. 머지않는 곳에서 인기척에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살이 오른 거대한 멧돼지 한마리가 길을 막는다.
어슬렁어슬렁 도망도 가지 않고. 쳐다 보지도 않은 체...
은근히 겁을 주며 시위를 한다.
멧돼지야 오해마라.
나도 너보다 더 수 많은 세월을 산을 타며 보냈단다.
너랑은 작은 이웃이라 생각 하는데. 위협을 주면 안돼지 않느냐.
약간은 무서움에 궁시렁 거리며 조용히 걸음을 옮긴다.
뒷통수가 쬐끔 땅기는 기분은 어쩔수가 없구나.
괭이로 큰 나무 둥치를 탁~탁 치며 경고를 보내 본다.
시야에서 쉽게 사라지지않는 이놈은 오래 묵은놈이 돼서 배짱도 대단하다.
흐흐흐~~ 둘다 똥배짱으로 버틴거라.. 흘끔흘끔 쳐다보며 뒷걸음질 친다.
멧돼지야 오늘은 덩치도 크고 배짱도 있으니 니가 이겼다.
이놈아 !
그래도 그렇지! 가는 길은 내줘야 하지 않겠냐.!
오늘은 이 누나가 너 땜에 기분이 쬐끔 않좋았느니라.~~~
그래도 무탈하게 하산 했으니 네게도 고맙다.
담에 다시 보걸랑 겁주지 말고 점잖게 인사 하거라.
삶이란. 인생이란 뭐 별거 있더냐.
특별한 취미생활도 못하고. 사교성이 좋아 사람을 잘 사귀는 성격도 못되는데..
오로지 산! 산과 더불어 "산" 이란 큰 언덕에 마음 기대어 살며.
새소리.물소리.바람소리.짐승들 울음소리를 벗삼아 살아가는 작은 몸집의 한 인간인걸.
세속에서 받을수 있고 느끼는 스트레스나 아픔들도 산을 통해 해소하며.
"산" 은 나와 가장 잘 통하는 말없는 언어이기도 하다.
힘들고 지칠때. 외롭고 고달플 때도 산이 있어 행복한 나는 역시 "산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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