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 싸우는 사람들 카페의 모모님의 글입니다.

 

어제는 내가 병원에서 퇴원한지 꼭 1년을 보내고 다시 병원에서 검진하는 날이었습니다.

병원 대기실에 앉아 기다리는 동안 다른 환우들을 보니 내가 그랬듯이  마음속에 잠재해 있던

지난 날들의 힘들고 어려웠던 일들이 분수처럼 아련히 퍼져 올라와 주마등처럼 스치는 그날들 때문에

 나는 잠시 눈시울을 적셨습다. 나는 그때 긴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면서 무엇이 그토록 튼튼하던 나를

죽음의 사선까지 넘나들도록 쓰러뜨렸는지 나 자신은 알 수 없지만 어쨌던 나의 삶에 대한 내 갈망은

 내 육체나 정신보다 훨씬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나 봅니다. 43일이라는 긴 시간을 코마 상태에서

 식물 인간으로 지내고 깨어났을때 어제 잠자리에 들었다 늦은 아침에 깨어난 느낌이었고 깨어난 후에도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 할 정도로 극심한 기억 상실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예상은 했었지만 모든것이 정상이고 좋다는 의사의 진단은 사실 그동안 힘들고 고통스러움을 내 스스로

잘 참고 견디며 게으름없이 꾸준히 연마하고 다져온 건강을 확인하려는 절차였는지도 모릅니다.

 

엇그제 스산히 뿌리던 빗줄기가 제법 굵어지며 뚝뚝 떨어질때 온몸에 떨어져 내리는 비의 촉감이

상쾌하기까지 해서 더 젖을 것이 없도록 흠뻑 비를 맞고 즐기며 내가 항상 달리기를 연습하던

호숫가를 달렸습니다.

 

오늘 아침엔 곱게 잠들었던 그 호수에 한가닥 바람이 부니 호수는 잔잔한 물결을 일르키며 금새

가까이에서 부터 멀리까지 작아지는 수없이 많은 은빛 물결로 찬란히 빛을 내며, 그 화려함으로

호수를 가득 채웁니다.

 

유리 컵속에 떨어뜨린 한방울의 물감이 사방으로 퍼져 컵속의 물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듯

이제 정상이고 좋다는 나의 몸을 던져 내 주변, 이웃을 아름답게 변하게 할 수 있다면 나는 기꺼히

한가닥의 바람이 되고 한방울의 물감이 되고 싶습니다.

 

달리고 돌아와 찬물로 샤워를 하고나니 봄 나들이라도 나온 수려한 나비처럼 훨훨 날것만 같은

황홀감에 젖어 오늘 하루가 이렇게 행복하고 즐거울 수가 없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환우 여러분 저도 여러분같이 백혈병으로 7개월 10일 동안 병원에 있었습니다. 활동 할 수만 있다면

운동을 하십시요.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 없어지고/ 소화가 잘돼 잘 먹게 되고/ 피곤하니까 잠 잘자게 되고/

또 혈액 순환/ 힘이 생겨 항암에 최고입니다. 제가 살아있는 증인입니다. 힘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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