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병원에서 대장암 확진 판정을 받은 오 모 씨(68세)는 십여 년 전 위암에 걸렸다 두 번의 수술 끝에 세상을 떠난 남편이 생각났다. 병원 측에서는 당장 입원하라고 했지만 오 씨와 자녀들은 가족회의 끝에 일단 다른 방법을 써보기로 하고 보완대체요법을 실천해보는 중이다. 오 씨는 결과가 좋을 거라 확신하지는 않지만, 병원 치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매일 어머니의 상태를 체크하고 있는 자녀들 역시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데, 혹시라도 병원 치료를 받지 않은 것에 대해 나중에 후회할 일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있는 것이다.

 

현대 서양의학의 암 치료법에는 한계 있어

 

암 발생률과 사망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매년 약 14만 명의 암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암은 1983년 이래 우리나라 국민의 사망원인 1위이다. 물론 의학 발달에 힘입어 암 환자의 생존율도 상승하고 있으나 암은 여전히 난치병이다. 설사 치료되었다 하더라도 재발의 위험이 상존한다.

 

현대 서양의학의 암 치료법은 수술요법, 항암 화학요법, 방사선요법 등이 대표적이며 암세포를 없애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수술을 하는 경우 암세포가 미세하게 남아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암세포가 있는 부위에 그치지 않고 그 주위의 정상조직과 림프절까지 제거한다. 따라서 절제 부위가 광범위하고, 그러다 보니 신체 기능의 상실이 커서 환자가 겪는 고통이 크다. 예후나 생존율도 그다지 좋지 않다. 물론 암세포를 조기에 발견한 경우에는 절제 범위가 적어지므로 예후가 좋은 편이다. 설혹 수술이 잘 되었다 해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항암제를 투여하거나 방사선 치료를 하기도 한다.

 

항암제는 암세포를 고사시키는 약물로서 수술이 불가능한 부위이거나 수술 후에 암세포가 남아 있거나 재발했을 때, 또는 다른 장기에 전이되었을 때 주로 이용된다. 그러나 항암제가 모든 암에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며, 또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부작용이 없는 항암제는 없다.

 

구토, 식욕 부진, 설사, 전신 쇠약, 탈모, 얼굴 변색 등의 혹독한 부작용을 견디다 못해 도중에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방사선으로 암세포를 태워 죽이는 방사선 치료법도 마찬가지다. 치료 받은 부위가 검붉어지거나 껍질이 벗겨지고 물집이 생기기도 한다.

현대 서양의학으로 암을 정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보완대체의학은 무엇인가?

 

그래서 오 씨의 경우처럼 보완대체요법을 찾는 환자들이 있는 것. 그럼 보완대체의학(complementary & alternative medicine)이란 무엇인가? 학술적 차원에서 정의하자면 ‘정통 서양의학 이외의 모든 의학과 전통 민간요법을 통틀어 연구 대상으로 삼는 의학(차병원 대체의학대학원)‘이다.

 

현재 보완대체의학은 정통 서양의학에 대한 대안, 혹은 그것을 보완하는 역할로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효과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국내 의료계에서는 공식적으로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 환자들이 보완대체요법을 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통과 부작용 없이 안전한 방법으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또한 자신의 병에 대해 치료자로부터 공감과 지지를 얻으리라는 심리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 물론 이들은 보완대체요법을 무조건 좇기보다는 자신의 상태에 따라 융통성 있게 선택한다.

 

초등생 남매를 둔 주부 신 모 (38세) 씨는 몇 년 전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았었다.

 

“암이 임파선에 전이되어 수술도 안 된다면서 3개월 시한부라고 했어요. 항암치료만 가능하다고 해서 한 번 시술을 했는데, 부작용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도저히 더 못하겠더군요.” 고민 끝에 병원에서 퇴원한 신 씨는 수소문하여 지방에 있는 어느 보완대체요법 전문 의원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매일 열심히 운동하면서 식이요법, 해독요법, 관장, 뜸, 침 등을 했어요. 쉽지 않은 과정이었죠. 괜한 짓을 하는 건 아닐까, 과연 효과가 있을까, 수없이 회의가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왕 하기로 했으니 열심히 해보자고 마음먹었죠.”

 

3개월밖에 못 산다던 몸이었지만 3개월이 지나서도 그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오히려 몸이 좋아졌음을 느낀 그는 곧 퇴원하였고, 아예 가족과 함께 공기 좋은 시골로 이주하여 식이요법과 운동 등을 계속하였다. 나중에 병원에 가서 검사를 다시 받았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는데 임파선이 정상이었고 무엇보다도 위에 있던 암 덩어리가 상당히 작아져 있었다.

 

유방암 환자인 40대 초반의 주부 양 모씨는 식이요법과 면역요법, 심리요법으로 건강을 되찾았다고 한다.

 

“유방암 3기로 부분절제수술을 받았어요. 어떻게든 절제는 피해보려고 했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어요. 여자로서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었죠. 그 후에 암세포가 임파선에 전이된 것이 또 발견되자 병원에서는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으라고 했어요. 하지만 저는 인터넷을 뒤지고 다른 사람들의 암 투병기들을 찾아 읽으면서 방법을 찾아보았습니다. 암을 이기려면 결국 잘못된 생활습관을 바로잡고 마음을 다스리는 수밖에 없더군요. 심신이 건강해지면 암은 저절로 사라지게 될 거라는 믿음이 생겼어요. 여러 가지 방법들이 많이 있던데 저는 그 중에서 식이요법과 면역요법, 심리요법을 택해서 독하게 실천했습니다.”

 

병세가 호전된 양 씨는 이제 병원 치료를 따로 받지 않는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식이요법과 면역요법, 심리요법을 줄곧 생활화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암 환자의 다수가 보완대체요법 이용 경험 있어

 

몇 달 전 발표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암 환자의 84%가량이 보완대체요법을 이용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그 중 60% 가까운 환자들이 평균 3년 정도 거의 매일 이용하고 있으며, 평균적으로 2종류가 넘는 요법을 써본 것으로 밝혀졌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입원 암 환자의 63%가 보완대체요법을 이용한 적이 있고 66% 이상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우호적 태도는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현상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암 치료에 있어 보완대체의학의 활용이 늘어나고 있으며 과학적 접근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가히 세계적 추세라고 해도 무방하다.

 

특히 미국은 1998년에 국립보건원 산하에 국립보완대체의학연구소(NCCAM)를 설립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연구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유럽에서는 미국처럼 정부가 직접 나서지는 않지만 법과 제도의 틀 내에서 정통 서양의학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국가별로 차이가 있으나 유럽 14개국의 암 환자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6%가 보완대체의학을 이용하고 있으며 한약요법, 동종요법, 비타민·미네랄요법, 약차요법, 영적요법, 이완요법 등 60종류에 달하는 다양한 요법을 이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침술과 뜸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도 등 영적요법의 효과는 1980년대부터 학계에서 여러 연구들이 이뤄졌고 특히 크리스트교 인구가 다수를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었다. 다수의 암 환자들이 암 진단을 받고 난 후에 신앙에 의지한다는 보고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에서 실시된 연구에서는 자궁암과 난소암 환자 106명 중 93명이 ‘신앙생활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도움을 준다.’고 대답하기도.

 

안정성과 효과가 검증된 요법이라면 암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미국의 유명 암센터에선 보완대체요법을 병행하는 경우가 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들어 영양요법, 명상·태극권·요가 등 심신요법, 음악치료·미술치료 등 예술치료, 동종요법, 향기요법 등이 과학적 근거를 가진 것으로 인정되어 일부 병원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밖에 미슬토((Mistletoe, 겨우살이)에서 추출한 주사제로 면역력을 높이는 미슬토 요법도 안전하며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겨우살이는 우리나라는 물론 유럽에서도 예로부터 민간에서 사용되어 왔으며 1921년에 주사제로 개발되어 널리 쓰이고 있다.

 

암 환자들은 서양 의학적 치료와 과학적으로 검증된 보완대체요법을 병행함으로써 면역력이 증가되고 스스로 증상이 호전되는 것을 느낀다는 국내 연구진의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몸에 내재된 자연치유력

 

미슬토 요법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암 치료에 있어 환자의 면역력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암에 걸렸다는 것은 이미 면역 기능이 저하되어 있다는 의미이므로 면역 세포를 활성화하여 몸 자체의 면역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최근 각광받고 있는 것이 보완대체요법 중 면역요법이다.

 

최근 10년 사이에 발전된 치료법으로 인체의 자연치유력(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활성화된 면역세포가 암을 공격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암에 효과가 있고 부작용이 없으며, 다른 치료법과 병행할 때 효과가 우수하여 더욱 주목 받고 있다. 면역력을 높이는 물질을 투여하여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하는 방법이 주로 이용된다.

 

암 환자는 우울증 환자와 비슷하게 면역 기능이 떨어진다. 면역 기능이 떨어지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으나 정신적 요소, 즉 스트레스가 크게 좌우한다. 암환자라는 절망감,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이다. 암환자는 암 자체가 아니라 공포와 자포자기로 죽는다는 이야기가 과장만은 아니다.

 

암의 발병에서도 유전적 소인 및 흡연·식습관 등의 환경적 요인이 큰 영향을 끼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영국의 암 전문지의 보도에 따르면 런던암병원에 입원한 유방암과 자궁암 환자의 60% 이상이 발병 전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겪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위암 진단을 받고 식이요법 및 명상과 등산으로 심신을 관리하고 있다는 박 모(47세)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평소에 육식을 좋아해서 갈비나 삼겹살을 즐겨 먹었고 술도 많이 마셨어요. 우선 식습관을 고쳐야겠다 싶어서 그렇게 좋아하던 고기를 딱 끊었어요. 초식동물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항암 효과가 있다는 청국장과 야채, 현미밥만으로 살았습니다.

 

그리고 매일 아내와 등산을 다니고 요가도 함께 배워서 날마다 집에서 요가 동작을 했어요. 요가를 하면서 호흡법을 배워 명상을 꾸준히 했는데, 그것도 참 도움이 되더군요. 명상을 하다 보면 마음이 가라앉고 차분해지거든요.

 

사실 제가 참 미워하던 사람이 한 명 있었어요. 뒤통수 맞았다는 배신감에 잠을 못 이루곤 했죠. 명상을 할 때도 자꾸 그 사람 생각이 떠올라서 괴로웠는데, 나중에는, 그 미움 때문에 결국 내 몸에 병이 생긴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쉽지는 않았지만 일단 내가 살기 위해 용서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러고 나니까 마음이 좀 편해지더군요. 아참, 주변에서 웃음치료가 좋다고 권하는 사람이 있어 그 방법도 썼습니다. 항상 웃고 즐거운 마음으로 사는 거죠.”

 

건강이 점점 좋아지고 있음을 느낀 박 씨는 최소한 암이 더 진행되지는 않았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고 열 달 후 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를 받았다. “의사가 결과를 보고 놀라면서, 대체 뭘 어떻게 했느냐고 묻던 걸요?”

 

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대부분 좌절한다. 죽음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다. 당사자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암은 극복될 수 있는 질환이다. 물론 환자의 몸에 내재하는 자연치유력을 일깨우는 것이 관건이다. 암이 살 수 없는 몸, 암이 싫어하는 몸을 만들면 암이 더 이상 발붙일 수가 없다.

 

보완대체의학의 제도화가 당면 과제

 

그렇다면 암 환자들은 실제 어떤 방식으로 보완대체요법을 선택하고 있을까? 자신에게 적합한 요법인지, 정말 필요한 요법인지,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환자들이 관련 정보를 얻는 경로는 매우 제한적인 것이 현실이다. 이웃이나 동료 환자(43%), 또는 미디어(22%)로부터 정보를 얻는 경우가 대부분. 그런 탓에 환자들 다수(60%)는 정보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환자들은 치료진과 상의하지 않고(79%) 보완대체요법을 이용한다.

 

그 배경에는 보완대체의학의 효과나 근거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효능이 있다고 해도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이 아니고 오랜 세월 사람들의 경험에 의해 체득되고 전달된 것들이 대부분이라 객관성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 맹목적으로 과신하는 것도 금물이다. 암 환자의 증상이 호전되고, 암의 진행 속도가 늦춰지거나 진행이 중단된 사례도 일부 있지만 모든 환자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암이라는 질병은 어느 한 가지 치료법만으로 완치되기 어려운 면이 있으므로 무조건 보완대체요법만을 고집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 보완대체의학을 더 이상 제도권 밖에 방치하지 말고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자면 임상 효과에 대한 과학적 검증과 법적·행정적 관리를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확립되어야 한다. 세계 각국에서도 전반적으로 과학화·표준화·체계화·법제화의 방향으로 발전해가는 중이다.

 

우리나라는 양방과 한방으로 나뉘어 있는 의료체계의 특성 상 보완대체의학의 제도화에는 적지 않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통 서양의학의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진료 시스템에 보완대체의학의 자연주의적·전인적 관점의 치료법이 결합된다면 막강한 시너지 효과가 발휘될 수 있을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통합의학으로 나아가는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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