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모습의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오장육부의 기능이 허(虛)하고 실(實)한 상태는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따라서 같은 병일지라도 사람마다 각자 독특한 생리기능을 발휘하게 되는데, 한의학에서는 이를 체질(體質)이라고 한다. 이러한 체질의 특이성에 의해 사람들은 성격이나 체격, 음식의 기호, 자주 걸리는 질환 등에서 차이가 나게 되는 것이다.
사상(四象)체질이란 조선 후기 동무(東武) 이제마(李濟馬) 선생이 창안한 것으로 사람들을 체질, 체격, 성격 그리고 장부의 허실, 약의 대체적인 반응 상태와 임상적 특성 등을 결합하여 네 가지 체질
(태양인·태음인·소양인·소음인)로 분류하여 각 체질의 특성에 따라 질병을 예방하고 진단, 치료하는 우리나라만의 독창적인 전통 의학이다.
체질을 분류하는 방법으로는 환자의 맥을 짚거나 체형을 관찰하거나 문진(問診)을 통해 감별하는 방법이 있고, 그 외에도 관상이나 성격, 혈액형, 오링테스트, 기 측정기를 통하는 방법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제마 선생은 사상의학의 목표를 질병의 치료보다 예방에 두어, 이를 생활 속에서 찾을 수 있도록 하였다. 즉, 자신의 체질을 스스로 알아서 병이 나기 전에 예방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따라서 자기의 체질을 알고 거기에 맞는 음식이나 약을 먹음으로써 질병을 예방할 수 있으며, 복통이나 설사와 같은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물만으로도 대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각 체질별로 먹으면 약이 될 수도 있고, 혹은 독이 될 수도 있는 음식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태양인에게는 차고 담백한 음식
태양인은 인구의 0.3%밖에 안되는 드문 체질로, 상체가 발달하고 목덜미가 굵으며 머리가 큰 신체적 특징을 지닌다. 폐대간소(肺大肝小)한 체질이기 때문에 땀이 많지 않으며 허리가 약해 몸을 많이 쓰는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태양인은 저돌적인 성향 때문에 기가 많고, 또 기가 머리 쪽으로 치올라 음식을 먹으면 흡수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다른 체질보다 자연히 소화력이 떨어지고 심하면 구토하는 증세까지 나타난다. 특히 기름진 음식을 먹거나 화를 많이 내면 이런 증상이 더욱 심해진다.
그렇다면 태양인은 어떤 음식을 먹는 것이 좋을까. 태양인에게는 기름기가 없고 담백하며 시원한 성질의 음식이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선동적이고 다혈질인 성격으로 보아 기름진 고열량의 음식을 잘 소화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이러한 음식은 종종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
태양인의 경우 하체, 자궁, 간 기능이 약한 체질이어서 이를 보완해 주는 음식과 약재가 필요하다. 또한 폐로 상승하는 양(陽) 기운이 많고 간장으로 하강하는 음(陰) 기운이 적은 ‘하허상실’한 체질이므로 양 기운을 억제하고 음 기운을 도와 상승하는 기운을 아래로 낮추는 음식과 약재를 써야 한다.
가장 권할 만한 것으로는 주변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붕어를 담백하게 요리해 먹는 것이다. 붕어는 기름기가 없고 소화도 잘 되며 기를 내려주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초의 기능을 도와주고 음기를 보충해 주는 해삼과 새우도 태양인에게 좋은 보양식이라 할 수 있다.
평소에 즐겨 먹으면 좋은 음식으로는 메밀·냉면·모과·조개·생굴 등이 있으며, 그 외에 기름기가 적고 담백한 민물고기를 상복하면 좋다. 단, 맵고 성질이 뜨겁거나 지방질이 많은 음식은 좋지 않으며, 칼로리가 높고 고단백의 음식 또한 간에 부담을 주어 좋지 않다.
폐 기능이 좋지 않은 태양인의 경우 상대적으로 간 기능이 떨어지므로 모과차를 마시면 일거양득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목 관련 질환에 효험이 뛰어난 모과의 경우 주독(酒毒)을 푸는 데도 탁월한 효험이 있는 약으로 ‘본초강목’(本草綱目)에 소개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기관지염·폐렴에 걸린 환자의 경우 기침을 멎게 하는 약효도 있으며, 비타민 C가 풍부해 감기로 잃어버린 식욕을 돋우는 역할도 한다.
권장식품
― 곡식류 : 메밀·쌀
― 과일류 : 포도·머루·다래·감·앵두·모과
― 육 류 : 모두 나쁘다
― 해물류 : 생굴·해삼·멍게·전복·새우·게·가재·붕어·자라·가물치·가자미
― 채소류 : 순채나물·솔잎·송홧가루·배추·오이· 상추·우엉(뿌리)
― 차 류 : 머루차·모과차·솔잎차·녹차
― 기 타 : 생맥주·빙과
피해야 할 식품
고추·겨자·카레 등 맵거나 자극성 있는 조미료, 닭고기·개고기·노루고기·염소고기 등 모든 육류, 술·꿀·커피·인삼차·꿀차·쌍화차
태음인에게는 고단백, 고칼로리 음식이 제격
인구의 40~50%를 차지하는 태음인. 이들은 대부분 골격이 튼실하고 체격이 크지만 비만이 특징이다. 평소 땀이 많아 겨울에 식사를 할 때도 땀을 흘리는데 이러한 현상은 오히려 건강한 상태를 보여주는 것이다.
간대폐소 (肝大肺小)한 특징 때문에 지방 축적이 잘 되어 지방간과 비만이 오는 경우가 많다.
또한 태음인은 호흡기와 순환기 계통, 폐의 기능이 허약해 폐로 발산하는 기운이 적고 간으로 모이는 기운이 많아 안으로 열이 쌓이기 쉬운 체질이므로 항상 소변과 대변이 잘 소통되게 함으로써 체내에 노폐물이 축적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한다.
태음인에게 좋은 음식으로는 단백질이 풍부한 쇠고기나 콩류다. 그리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성인병인 비만·고혈압·당뇨·동맥경화 등이 있는 경우에는 쇠고기의 살코기만 조금 먹는다. 권하고 싶은 음식은 대구탕·버섯전골·콩을 이용한 요리 등과 같이 성인병을 예방 할 수 있는 건강식이다.
한방차로는 폐를 보하는 맥문동차가 좋고, 약재로는 녹용·녹각·마(산약)·맥문동을 권할 만하다.
단, 비만이 되거나 고혈압과 변비가 생기기 쉬운 체질이므로 닭고기·돼지고기·삼계탕·인삼·꿀·생강차 같은 자극성이 있거나 지방질이 많은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선천적으로 호흡기가 약한 태음인은 특히 환절기를 주의해야 한다. 이때는 ‘맥문동차’가 큰 도움이 된다. 맥문동은 폐를 윤기있게 하고 진액을 생성케 할 뿐 아니라 기침을 멎게 하는 대표적 한방차로 알려져 있다. 특히 마른기침을 하거나 피 섞인 가래가 나올 때 마시면 바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칡 역시 맥문동과 비슷한 효능이 있어 해열(解熱)과 발한(發汗) 작용이 뛰어나다. 또 칡차를 꾸준히 마시면 태음인에게 부족한 호흡기 기능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권장식품
― 곡식류 : 밀·콩·율무·수수·땅콩·들깨·현미·오이
― 과일류 : 밤·잣·호두·은행·배·매실·살구· 자두·포도·앵두·복숭아
― 육 류 : 소고기·우유·잉어
― 해물류 : 간유·명란·우렁이·뱀장어·대구· 미역·다시마·김·해조류·대합·꼬막
― 채소류 : 무·도라지·연근·당근·더덕·고사리·토란·버섯·마·호박·미나리·녹두· 검은콩·팥·메밀·상추
― 차 류 : 율무차·칡차(갈근차)·들깨차·녹차
피해야 할 식품
닭고기·개고기·돼지고기·삼계탕·인삼차·꿀
소양인에게는 찬음식이나 해조류가 좋아
우선 소양인의 체질적 특성은 변비가 잘 생기며 입안도 잘 헐고 종기나 짓무르는 현상이 많으며, 비뇨생식기 질환이나 정력감퇴, 요통 등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비위장 소화기에 양 기운이 많고 신장에 음 기운이 적기 때문에, 비위장의 열을 풀어주면서 신장의 음을 보하는 방법을 위주로 식이요법을 해야 한다.
소양인은 무엇보다 몸을 시원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많이 먹어도 살이 잘 찌지 않는 사람은 소양인으로 볼 수 있는데 소음인과 마찬가지로 부분비만이 올 수 있다. 부분 비만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몸에 열기가 많으므로 뜨거운 음식을 좋아하면 질병에 걸리기 쉽다.
소양인의 경우 평소 대변이 원활하게 배설되면 어느 정도는 건강하다는 표시다. 다리는 날씬한데 배가 많이 나오거나, 하체에만 지방이 많아서 활동할 때 몹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양인은 소화기능이 비교적 좋아서 잘 먹고도 살이 잘 찌지 않는다. 그러나 성격이 급한 편이어서 억압적인 환경이 조성될 경우 잘 참지 못하는 경향이 있고, 이러한 환경을 극복하지 못하면 다른 체질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의 강도가 높아 마구 먹고 잠자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우가 지속되면 비만이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적당한 운동과 함께 명랑하게 사는 것이 비만을 예방하는 길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소양인은 허리와 하체가 약해질 가능성이 높아, 이로 인한 운동장애가 생겨도 비만에 걸릴 수 있으므로 평소 허리 이하의 운동을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소양인은 비위가 튼튼해서 음식을 잘 소화시킨다. 또한 비위에 열이 많은 체질이기 때문에 한겨울에도 냉면 같은 찬 음식을 즐기고 냉수를 마셔도 탈이 나지 않는다. 따라서 비위장의 열을 떨어뜨리고 비뇨생식기를 강화하는 식품과 약재가 좋다. 한편 특히 소양인은 ‘음허’ 하기 쉬우므로 보음할 수 있는 식이 요법이 좋다. 음식으로는 돼지고기나 해삼·미나리즙·녹두·팥·수박·오이·호박 등과 같이 싱싱하고 찬 음식이나 소채류, 해물류가 좋다.
또 좋은 한방차로는 구기자차·영지버섯차, 약재로는 신장의 기운을 왕성하게 해주는 숙지황·생지황·산수유·복령·택사·목단피·황백·황련·강활·방풍 등이 좋다. 단, 열이 많은 체질이므로 열을 내는 식품은 피해야 한다. 고추·생강·파·마늘·후추·겨자·카레 등 맵거나 자극성 있는 조미료와 닭고기·개고기·노루고기·염소고기·꿀·인삼은 좋지 않다. 감기에 걸리면 고열이 생기기 쉬운 소양인에게는 구기자가 적합하다. 구기자는 잔병치레를 막아주고, 신장 기능을 보하는 것과 동시에 폐와 호흡기 기능을 강화한다. 또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고 추위를 타지 않게 하며 쉽게 피로를 느끼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
권장식품
― 곡식류 : 보리·팥·녹두
― 과일류 : 수박·참외·딸기·바나나·파인애플·귤·배
― 육 류 : 돼지고기·계란·오리고기
― 해물류 : 생굴·해삼·멍게·전복·새우·게·가재·복어·잉어·자라·가물치, 가자미
― 채소류 : 배추·오이·상추·우엉(뿌리)·호박· 가지·당근
― 차 류 : 구기자차·두충차·산딸기차·녹차
― 기 타 : 생맥주·빙과
피해야 할 식품
고추·생강·파·마늘·후추·겨자·카레 등 맵거나 자극성 있는 조미료, 닭고기·개고기·노루고기·염소고기 등의 육류, 꿀·인삼·커피·인삼차·쌍화차·꿀차
소음인에게는 따뜻하고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이 적합
소음인은 어떤 일에 집착하면 신장 기능이 항진(亢進)되고 비장 기능이 저하되어 질병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평소에 의식적으로 어떤 일이라도 무관심한 척하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신경질환에 걸릴 수 있다.신경을 쓰면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체질이므로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딱딱한 음식은 삼가고 부드러운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스스로를 잘 노출 시키지 않는 성격이므로 남들과 어울릴 때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주의하면 장부의 허와 실이 서로 보완되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소음인은 체질적으로 소화장애를 잘 일으키고, 냉한 체질이기 때문에 손발이 차고 설사를 잘 한다. 따라서 소음인의 건강법은 항상 따뜻한 기운을 잘 보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평소에 음식만 잘 소화시키면 건강하다고 할 수 있는 만큼 소화기관을 잘 살펴야 한다. 따라서 소음인 체질처럼 소화기가 약한 사람은 차가운 음식이나 성질이 냉한 음식피하는 것이 좋으며, 음식은 되도록 볶고, 찌고, 굽고, 데우거나 익힘으로써 냉기(冷氣)를 방지해야 한다. 따라서 소화기 기능을 강화하고 열에너지를 보강하는 음식이나 약재를 섭취해야 한다.
이런 소음인에게 좋은 따뜻한 성질의 음식으로는 부추·쑥·개고기·삼계탕 등이다. 조리할 때 자극성이 있는 조미료를 사용해 식욕을 북돋워 주는 것도 좋다.
대표적으로 좋은 약재로는 인삼을 들 수 있는데, 허약한 비위장 소화기의 기운을 돋워 준다. 그밖에 감초·당귀·천궁·육계·진피·백작약·도인·홍화·삽주뿌리·부자 등이 좋다.
단, 소화하기 힘든 지방질 음식이나 찬 음식, 날 음식은 피해야 한다.
예를 들면 밀가루 음식·쇠고기·우유·빙과류·생맥주·보리밥·돼지고기·참외·수박 등이며, 약재로는 갈증과 오한을 일으킬 수 있는 마황, 딸국질을 일으킬 수 있는 갈근·배·사군자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몸이 찬 소음인에게는 생강차가 그만이다. 생강은 아다시피 정신을 맑게 하고 담과 기가 막힌 것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며 해열·살균 효능도 뛰어나다. 특히 가래를 동반한 기침을 멎게 하는 데 특효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에도 작용하여 숙취 해소에 도움을 준다. 감기 초기 증상이 있을 때 생강 한 톨에 마늘 한 쪽을 함께 넣어 끓여 마시면 감기가 금세 떨어지는 것도 생강의 이런 효능 때문이다. 진피(귤껍질)는 비타민 C가 풍부하여 감기를 예방하는 데 좋다.
권장식품
― 곡식류 : 찹쌀·차조·감자·콩·두부·땅콩· 검은깨·참깨·잣·율무
― 과일류 : 사과·귤·토마토·복숭아·대추·건포도·호두·머루·모과·앵두
― 육 류 : 소고기·노루고기·염소고기·닭고기(삼계탕)
― 해물류 : 명태·도미·조기·멸치·민어·미꾸라지·잉어·가물치·대합·전복
― 채소류 : 시금치·양배추·미나리·파·마늘·생강·고추·겨자·후추·카레·아욱·양파
― 차 류 : 인삼차·계피차·생강차·꿀차·쌍화차· 더덕차·쑥차·귤차
― 기 타 : 벌꿀
피해야 할 식품
냉면·참외·수박·냉우유·빙과류·생맥주· 보리밥·돼지고기·오징어·밀가루식품(특히 라면)
조리법
날 것보다는 볶거나, 찌거나, 굽는 등 익히는 과정을 통해 불의 기운을 쐬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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