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푸짐한 명절 상차림. 그러나 아무리 군침이 돌아도 비만으로 다이어트 중이거나 당뇨, 고혈압 증세를 지닌 대사증후군 환자들에겐 모두 '그림의 떡'이다. 이 경우 단식이나 절식만이 유일한 해결책일까. 명절상에 오른 음식들도 영양성분을 잘 파악하고, 칼로리(표 참조)까지 계산해 내 몸에 맞는 음식을 골라 먹으면 약이 될 수 있다. 추석 명절상에 단골로 오르는 음식들을 영양학적으로 분석해 봤다.

◆ 토란국 = 차례상에 단골로 올라가는 토란국은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으로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영양학적으로도 토란국은 우수한 음식이다. 토란국은 보통 쇠고기를 넣어 끓이는데도 1인분 칼로리(50㎉)가 낮다. 포만감이 있으면서도 칼로리가 낮아 비만이 걱정되는 사람에게 좋다.

민간요법에서는 토란을 변비에 특효약으로 사용한다. 토란에는 식이섬유소가 풍부해 장내 음식물의 부피를 늘려 주고 장운동을 활발하게 만들어 주며, 장 통과시간을 줄여준다. 과식하기 쉬운 명절에 토란은 소화와 배변을 원활하게 하는 좋은 식품이다. 또 토란에 다량 함유된 천연 멜라토닌 성분은 낮과 밤, 수면의 사이클을 조정, 불면증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 송편 = 송편은 소의 내용물에 따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제각각이다. 깨와 설탕을 섞어서 소를 만든 깨송편은 허약하고 마른 사람에게 유익하다. 깨의 불포화지방산은 혈관을 건강하게 하고, 혈관 산화를 예방한다. 깨, 해바라기씨 등 씨앗 속에 든 단백질 소화 효소 저해제(프로테아제 인비히터·protease inhibiter)는 전립선암, 유방암, 대장암 예방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있다. 풋풋한 맛으로 인기있는 햇콩송편은 콩에 포함된 이소플라본 성분이 갱년기 여성에게 유익하다. 콩은 뇌혈관질환이나 심장질환 예방에도 좋다.

◆ 녹두전 = 단백질 구성이 쇠고기에 버금갈 정도인 녹두에는 각종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칼슘과 마그네슘, 식이섬유소도 많다. 칼슘이 많아 뼈를 튼튼하게 해주고, 녹두의 단백질과 섬유질, 복합탄수화물은 혈당을 조절하는 능력이 있다. 여러 가지 채소를 듬뿍 넣고 부치는 녹두전은 포만감이 쉽게 오기 때문에 과식하지 않는다면 당뇨병 환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 갈비찜 = 쇠고기는 우수한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 비타민 A와 인, 칼륨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철분도 풍부하다. 어린이들의 성장과 발육을 도와주며 하루 먼저 삶아 식혀서 기름기를 모두 제거한 뒤 찜요리로 만들면 근육을 키우는 데 좋다. 양질의 단백질은 저하된 간기능 회복에도 도움을 준다. 쇠고기의 철분은 소화 흡수가 잘돼 빈혈이 있는 사람을 위한 추천식으로 꼽힌다.

◆ 각색나물 = 도라지, 시금치, 고사리는 명절상에 많이 오르는 나물이다. 우수한 알칼리성 식품인 도라지의 사포닌 성분은 면역성을 키워 주어 감염성 질환을 예방하며, 기침이 심한 목감기와 기관지염, 편도선염에 약리 효과가 있다. 비타민 A와 카로티노이드의 보고인 시금치는 눈의 노화를 막아 주는 최고의 식재료다. 기능성 성분인 망간도 함유하고 있어 혈당도 내려 준다. 고사리도 식이섬유소와 각종 무기질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변비에 특효인 음식으로 정평이 나 있다.

◆ 햇과일 = 사과는 비타민 C의 보고로 알려진 과일이다. 또 껍질의 붉은색에 풍부한 폴리페놀 성분은 대장암, 유방암 등을 예방하는 효과를 지녔으며 펙틴 등의 식이섬유는 대장운동을 활발하게 한다. 배는 고혈압을 유발하는 나트륨의 배출을 도와주어 부종을 가라앉힌다. 또 루테올린(luteolin)이라는 생리활성물질이 있어 기관지를 확장시키고 기침을 가라앉히며 가래를 삭혀 주는 효과를 지녔다. 단감은 스코폴레틴 성분이 체내 혈압을 높이는 안지오텐신을 줄여 주는 역할을 해 고혈압 환자에게 좋다. 혈류가 좋아지고 혈관 노폐물이 줄여줘 동맥경화증에도 유익한 과일이다.

<도움말 = 최정희 백석예술대 외식산업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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