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나무들이 잎을 떨군 한겨울에 홀로 빨갛고 앙증맞은 열매를 달고 있는 덩굴이 있다.
바로 계뇨등이라는 식물이다.
그러나 이 예쁜 열매를 따서 먹었다가는 닭똥 같은 지독한 냄새와 시큼하고 비릿한 맛에 진저리를 칠 것이다
계뇨등(鷄尿藤)은 잎과 줄기에서 닭오줌 냄새가 난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중국에서는 계시등(鷄屎藤)이라고 하는데 이는 닭똥 냄새가 나는 덩굴이라는 뜻이다.
남부지방의 마을 주변 울타리나 담장 같은 것에 붙어서 잘 자라지만 역한 냄새가 나는 까닭에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닭똥 냄새가 나는 잎과 줄기, 뿌리, 열매가 사람을 살리는 귀한 약이 된다.
계뇨등은 갖가지 독을 풀고 염증을 삭이며 혈액순환을 잘 되게 하고 소화를 잘 되게 하며 부은 것을 내리고 습기를 없애는 효능이 있다.
갖가지 피부병, 상처, 골수염, 설사, 부종, 식욕부진, 타박상, 류마티스관절염, 간염, 맹장염, 임파선염 등에 치료약으로 쓸 수 있으며, 진통작용이 뛰어나 중국에서는 주사약으로 만들어 통증을 멎게 하는 약으로 쓴다고 한다.
나력이라고도 부르는 임파선염은 도랑을 건너다가 목이 떨어져 죽는 병이라고 알려져 있을 만큼 치료가 어려운 병이다.
목, 귀뒤, 겨드랑이 등에 작은 멍울이 생겨 차츰 커지면서 구슬을 꿴 것처럼 연달아 생겨 곪아 터져서 멀건 고름이나 비지 같은 것이 나오는 병으로 옛날에는 나력으로 고생하거나 죽는 사람이 많았다.
지금도 이 나라 안에 수십만 명의 환자가 있지만 현대의학으로는 아직 완치할 수 있는 약이 없다. 민간의학이나 한의학에도 몇 가지 치료법이 있으나 그다지 신통하지 않다.
임파절결핵이나 임파절염, 곧 나력에는 계뇨등의 뿌리가 특효약이다.
경남 합천과 의령, 전북 정읍에 나력을 귀신같이 고치는 분이 한 분씩 계셨는데 이분들은 모두 계뇨등 뿌리와 연주초 잎으로 나력을 고쳤다.
연주초는 연주창을 낫게 하는 풀이라고 하여 민간에서 붙인 이름으로 잎이 싸리잎을 닮은 한해살이풀이다
특히 정읍에 계신 분은 40년 동안 나력 환자 수천 명을 치료하여 단 한 번도 고치지 못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이 분들이 계뇨등 뿌리와 연주초 잎으로 어떻게 약을 만들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이분들은 한사코 그 비법을 알리기를 거절했다.
내가 아는 방법은 계뇨등 뿌리에 술과 물을 반씩 붓고 달여서 수시로 조금씩 마시는 것이다.
10-20일쯤 마시면 멍울이 터져 고름이 나오는 것은 곧 아물어 붙고 멍울이 아직 터지지 않은 것은 저절로 삭아서 없어진다
풍습으로 인한 관절통에는 계뇨등의 뿌리나 줄기를 그늘에서 말린 것 50그램을 물 반 술 반을 넣고 달여서 마신다. 2-3개월 꾸준히 복용하면 좋은 효험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계뇨등은 농약중독을 푸는 효과도 있다.
살충제나 살균제 같은 유기인제 농약에 중독되었을 때에는 즉시 계뇨등 줄기나 뿌리 100그램과 녹두 40그램을 물로 달여서 복용한다.
설사와 구토를 심하게 하고 난 뒤에 차츰 기운을 되찾을 수 있게 된다.
계뇨등은 통증을 멎게 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위경련이나 위암으로 인한 통증에도 쓸 수 있다.
중국에서는 계뇨등 줄기와 잎 추출물을 정제하여 통증이 있는 부위에 주사하는데 주사를 맞고 나면 소변이나 침, 심지어는 온 몸에서까지 계뇨등 냄새가 난다고 한다.
위경련으로 통증이 심할 때에는 계뇨등 줄기를 찹쌀로 만든 증류주에 10-15일 동안 담가 두었다가 하루 3번 한 번에 5-10밀리리터씩 먹으면 통증이 줄어든다.
신경성피부염이나 피부가려움증에는 계뇨등 잎을 즙을 내어 하루 2-3번 한 번에 5-10번씩 피부를 문질러 준다. 빠르면 10일에서 늦어도 2-3개월이면 습진, 피부염, 피부가려움증 등이 없어진다.
계뇨등을 이용한 치료법
더위를 먹었을 때 : 계뇨등 뿌리를 말려서 가루 내어 한 번에 10그램씩 하루 3번 먹는다. 일사병으로 쓰러졌을 때에는 잎과 줄기를 생즙을 내어 한 잔 마시면 즉시 깨어난다.
가슴이 답답하고 위가 쓰리고 아플 때 : 계뇨등 뿌리 40-50그램을 물로 달여서 하루 3번에 나누어 마신다.
불면증 : 계뇨등 줄기나 잎을 그늘에서 말린 것 30-50그램을 물 1되에 넣고 반이 되게 달여서 하루 3번에 나누어 복용한다.
신경성 피부염, 피부가려움증, 습진 : 신선한 계뇨등 20-50그램을 물로 달여서 하루 2-3번에 나누어 밥먹기 전에 마신다.
이와 함께 계뇨등 잎과 줄기를 짓찧어 가려움증이나 습진이 있는 부위에 하루 두세 번씩 바른다.
만성골수염 : 신선한 계뇨등 줄기와 잎 20-30그램, 피나무속껍질 20-30그램을 물로 달여서 하루 2-3번에 나누어 밥먹기 전에 복용하는 한편 신선한 계뇨등 줄기와 잎을 짓찧어 골수염이 있는 부위에 하루 한 번씩 바른다.
계뇨등주
재 료
계뇨등(줄기,잎) 100g, 소주 1.8L
담그는법
① 건조된 계뇨등을 용기에 넣고 소주를 부어 밀봉한다.
② 냉암소에서 3~5개월 정도 저장하면 술이 완성된다.
③ 찌꺼기는 건져 버리고 보관한다.
복용방법
하루 1~2회 (소주잔) 정도 마신다.
효 능
풍, 치통, 임파선염, 이질, 위궤양, 위경련, 심장병, 신경통, 소화불량, 기관지염
각기병, 간염, 거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