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가 ‘화병’되는 까닭

 

건강한 상태를 증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의사의 처지에서 환자의 병을 끄집어내고 진단을 하는 것은 그래도 쉬운데, 도리어 건강함을 증명해달라는 부탁은 당황스럽다. 질병을 찾아내는 검사 수치를 통하여 정상범위 내에 들면 “특별한 이상은 없다”고 얘기하기는 하지만, “그러면 건강한 것인가요”라는 질문에는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 곤란한 경우가 많다.

 

건강의 기준을 설정함에 있어서 한의학에서는 조화라는 용어를 많이 쓴다. 음양이 서로 한편에 치우치지 않고 조화로운 것, 한열(寒熱)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화병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열감은 균형이 깨어져 발생하는 대표적 현상이다. 스트레스를 받고 이를 계속해서 참으면, 가슴 속에 남아 종국에는 열로 변하여 위로 치받치게 되는데, 이때 환자는 무엇인가 치밀어오르는 느낌과 열감을 호소하며, 동시에 아랫배나 발은 차다고 호소하게 된다. 바로 한열의 균형이 깨진 것이다.

 

이런 환자에게 체온계로 열을 잰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인체는 항온동물이고 체온에 있어서 별반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방법을 달리해 체표열을 잰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체표열 감지장치를 통하여 열을 측정하면 가슴이나 얼굴과 아랫배는 극명한 차이를 드러낸다. 상부는 뜨겁고 하부는 차고….

 

사람은 아랫배가 따뜻하고 머리가 찬 것이 정상인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는 따뜻한 아래쪽 기운이 자연의 법칙에 맞춰 올라가고, 위의 찬 기운이 아래로 내려와 한열이 섞이면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 바로 이상적인 상태다.

 

스트레스 때문에 이러한 조화가 깨지면 열은 위로 점점 더 올라가고, 찬 기운은 더욱 아래로내려가 한열의 균형이 완전히 깨지는 것이다. 균형이 깨지면 건강에 이상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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